데카르트와의 산뜻한 첫 번째 데이트.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거짓된 지식들을 거부한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완전한 진리가 있다고 믿는다. 회의할 수 있는, 즉 거부할 수 있는 모든 거짓을 거부하고 나면, 회의할 수 없는, 즉 거부할 수 없는 진리만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진리의 예를 들면 다음의 것이 있다.

Cogito, ergo sum.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그네고치기가 만난 데카르트, 2007년 어느날

살아가는 한 순간 한 순간이 너무나 소중한 저에게, 2007년 1월은 그네고치기에게 있어 여러 모로 뜻깊은 때입니다. Wall Street Institute 신촌점이라는 자그마한 사회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하였고, 더불어 그 과정에서 데카르트라는 재미있는 사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것 말고도 뜻 깊을

그네고치기가 만난 데카르트. 그와의 만남은 아직 몇 번 되지 않았고, 그래서 그네고치기는 아직 그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그네고치기와 데카르트의 첫 번째 데이트에 대해서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데카르트는 무척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지식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시대의 인류가 절대적인 지식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고 보았고, 데카르트 자신이 그 절대적인 지식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 절대적인, 무조건 옳은 그 지식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방법" 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방법". 그것은 절대적인 지식을 얻기 위한 유일한 길이어야 하며, 그 길대로 걸어야만 절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책을 한 권 썼습니다. 아주 긴 장문의 책이었지요. "방법서설" 이라는.







[데카르트씨. 그 방법이라는 걸 좀 간단하게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싫은데. 이거 좀 길어."

[그럼 제 멋대로 요약해보겠습니다.]

"글쎄... 네 멋대로 왜곡하는 게 아닐까?"

[내 맘입니다. 여긴 내 블로그거든요.]

"후훗... 그렇게 하면 진실에 도달할 수 없을걸세."

[어쨌든, 내가 아는 바로는, 당신의 방법이란, 의심할 수 있는 건 일단 전부 다 의심하는 겁니다. 최대한으로. 최대한, 의심하는 겁니다.]

"마치 허무주의처럼 들리는군. 모든 걸 다 의심하기만 한다는 건 말이야."

[허무주의와는 조금 다릅니다. 당신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도 그건 잘 짚었네. 맞아. 의심할 수 없는 것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지."

[하지만 난 당신이 정의한,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Cogito ergo sum. 그것부터 출발하지."

[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것은 그럴듯 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밖에 또 무엇이 있습니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짜고짜 그 모든 걸 말하고 싶지는 않네."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기상학>에 대한 당신의 연구가 완벽하게 그 <방법>을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 그만큼 황홀한 예가 또 어디 있겠나!"

[그러나 당신의 완벽한 방법을 따랐다는 기상학 연구의 결과물은 오늘날의 기상 상황에서는 쓰레기에 불과하지요.]

"그렇게 생각하나?"

[당연합니다. 당신의 기상예측은 오늘날 전혀 들어맞지 않습니다.]

"그럴리 없네. 내가 정의한 모든 진리는 절대적으로 옳은 진리야!"

[하지만 당신은 임시 움막이라는 걸 설정했었습니다. 그렇지요?]

"무슨 뜻인가?"

[회의할 수 있는 모든 걸 회의한다는 원칙 하에서 최소한의 진리를 찾기 위해, 당신은 편법으로 <회의하지 않는> 걸 선언했습니다. 정말로 회의할 수 없기에 회의하지 않는 게 아니라, <회의하지 않을 법한> 것이기에 회의하지 않는 것 말입니다.]

"그래. 그리고 그 모든 결론에서, 회의하지 않을 법한 것이, 정말로 회의하지 않아야 하는 것임을 증명한다면, 충분하지 않겠나."

[그러나 당신의 증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회의하지 않을 법할 것과 회의하지 않아야 할 것은 분명히 다르니까요. 이 블로그에 자주 나타나는 이재율이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직관으로 알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이재율에게 있어 자명한 사실일 수 있으나, 다른 이들에게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은 아닙니다. 당신의 증명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당신은 어떻게 보증할 수 있습니까? 당신의 기상학 논문에 대한 반론에 당신은 이렇게 대꾸하지 않았던가요. <내 기상학 논문이 방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지성이 부족한 이들이며, 내 논문과 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그런 착각을 저지르고 있을 뿐이다.>]

"겨우 첫 번째 데이트만으로 나에 대해 선입견 섞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자네가, 방법을 따르고 있는걸까? 진정으로 내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기에 자네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기하학을 모르는 자가 기하학을 할 수 있을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은 첫 번째 데이트이니까요, 당신과 나의.]

"그럼, 다음 데이트를 기대하겠네. 뭐랄까. 이번 데이트는, 준비가 덜 되었다는 느낌이군."

[저도 그렇습니다.]

Posted by 그네고치기

2007/02/03 02:13 2007/02/0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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