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 양평 2동 주민입니다. 1/2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인근에는 요즘 지하철공사가 한창입니다. 서울시내의 사실상 마지막 지하철인 9호선의 건설현장이니까요. 제가 사는 곳은 양평 2동 한신아파트라는 곳입니다. [지하철 9호선 최대의 수혜지] 라는 평가를 받는, 지금까지는 대중교통의 이용이 썩 불편했지만 지하철 개통과 함께 참으로...

라는 제목의, 사는 동네 자랑 포스트를 한번 써볼까, 고민중이었습니다. 그 행복한(?) 고민은 지난 7월 16일에 산산조각이 나버리더군요.

네. 뉴스와 신문을 조금 관심깊게 지켜보신 분들은 들으셨겠지요.

안양천 제방 붕괴사태. 양평 2동 주민 긴급대피. 공장과 건물 지하상가 완전침수.

그 난리를 겪느라 최근 며칠 포스트가 없었습니다.



시간대별로 간단히 제 행적을 적어보겠습니다. 아마도 뉴스나 신문,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정보들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7월 16일 오후 12시경에 피난(!)을 갔거든요. 일단 제가 알게 된 모든 정보를 두 포스트에 걸쳐 적어보겠습니다.


7월 16일 오전 5시경 ) 전 한가롭게 꿈나라에서 흉악한 마젤란군과 대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럭저럭 이제는 땀을 뻘뻘 흘리는 한성장군을 종군기자로서 열나게 찍어대야 했거든요. [...]

안양천 재방이 붕괴되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즉시 지하철 건설 관계부서에 연락을 넣었고, 중장비 동원이 시작되었습니다.



7월 16일 오전 8시경 ) 크리스탈 광선에 맞아 죽기 직전에 간신히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마침 아파트 방송 스피커에서 뭔가 떠드는 이야기가 있던데 목소리가 꽤나 긴박해 보였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보통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지하주차장의 침수가 예상되오니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신 입주민 여러분께서는 빨리 차를 빼 주시기 바랍니다."

유실된 제방의 길이는 무려 14미터에 달했고, 도저히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한 현장 관리자들은 일단 컨테이너로 어떻게든 1차 물막이를 시도할 계획을 세웁니다. 양평2동에서 목동으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서 중장비들은 막대한 양의 토사를 쏟아부었습니다. 물론 안양천은 막히는 느낌은커녕 빠른 속도로 지하철 공사장으로 흘러들었습니다.



7월 16일 오전 10시경 ) 또 흘러나오는 안내방송. 이번엔 아파트 것이 아니라 밖에서 나오는 소리였습니다.

"중장비가 진입을 못하고 있습니다. 도로변에 세워두신 차량들은 빨리 치워주세요.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

지하주차장에서 빼낸 차들을 막무가내로 길에다가 세운 탓이었으려나요? 여기까지 갔을 때에도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했습니다.

다리 위에서 뿌리는 것이 여의치 않자, 시공업체 측은 좀 더 안양천 제방 쪽에 가깝게 임시다리를 놓고, 그 위에서 흙을 뿌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겠지만 안양천의 물은 9호선 공사현장으로 쉴 새 없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7월 16일 오전 11시경 ) 한가로이 KBS 퀴즈 대한민국을 시청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자막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안양천 제방 붕괴
양평2동 주민 긴급 대피명령]

그러나 아파트 중앙 안내방송은 자막과는 조금 다른 말을 쏟아내었습니다.

"지금 KBS 방송에 자막이 나왔는데, 주민 여러분께서는 휘둘리지 마시고 침착하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지금 KBS 방송에 자막이 나왔는데, 주민 여러분께서는 침착하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관리사무소에서 확인 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긴, 설마 서울시내 한복판의 아파트에 물이 들어차랴... 하고 생각하며 전 마음을 놓았습니다만, 집에 계시던 어머니께서는 심상치 않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관계자들과 구청 공무원들은, 가까운 인근의 학교들을 대피장소로 지정하고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하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안양천에서 조금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물이 들어찰 가능성이 적은 당산초등학교가 선정되었습니다. 이곳의 강당 4층에 주민들을 대피시키면, 4층 높이까지는 물이 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중장비 40여대는 부지런히 조금이라도 더 막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7월 16일 오후 12시경 )

"관리사무소에서 안내말씀 드립니다. 지금 안양천 제방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2층에 사시는 주민 여러분께서는 109동부터 노약자부터 빨리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2층에 사시는 주민 여러분께서는 109동부터 빨리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공교롭게도 제 집은 109동 2층이었습니다. 아파트 후문 쪽에 위치해 있고, 아파트 후문은 바로 안양천에서 수십미터 거리에 있었지요.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전 우선 물에 젖을 경우 제 정신건강에 치명타를 줄 [하드디스크] 8개를 챙겨 가방 속에 넣었습니다. 다른 자료야 얼마든지 인터넷을 뒤져 복구가 가능하겠지만 이 하드디스크들에는 직접 만든 자료들이 가득했으니까요. 여기에 노트북 두대 (586 한대 펜티엄 4 한대), 학교 교과서, 가벼운 옷가지를 챙기고 나니, 여행용 트렁크 하나에 INTEL 노트북가방과 IBM 노트북가방이 가득 찼습니다.

"안내말씀 드립니다. 아파트 4층까지 위험하다고 합니다. 4층에 사시는 주민여러분들까지 속히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 설상가상이었습니다. 4층까지 위험하다는 건 2층은 기본이라는 게 아닙니까. 결국 피눈물이 나는 심정으로, 비싼(사놓고 몇 번 못 써본) 장비들을 나름대로 높은 장소로 옮겨놓고, 집안의 전기를 냉장고 빼고 다 내린 채 집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당산초등학교 정문에는 제법 두꺼운 제방이 쌓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대피장소인 이상, 이곳에마저 물이 들어찰 경우에는 돌이킬 방법이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그러나 설마 서울시내의 아파트에 문제가 생길까 의아해 하며 가급적 움직임을 자제하려는 눈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구태여 대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2층에 사는 주민들만이 마지못해 가벼운 차림으로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양평동 한신아파트의 1층은 복도식 건물의 경우에는 상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지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가의 상인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물에 젖기 쉬운 물건들을 적당히 높은 곳으로 옮기면서 나름대로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는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던 상인들 위주였습니다.



7월 16일 오후 1시경 ) 강북에 있는 외갓집으로 향하는 시내버스에 탄 채,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예상 밖으로 상황은 심상치 않은 눈치였습니다. 안양천 제방이 붕괴되었다는 소식은 근 20분 간격으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마침 가지고 있던 최신형 핸드폰으로 NATEON 에 접속해 뉴스를 확인했습니다. 방금 찍은 듯한 생생한 제방 복구 풍경이 찍힌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찹찹한 마음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지리산으로 산행을 가셨던 아버님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차를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하1층에 세워두셨다는 그 말씀에 그만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당산초등학교 정문에는 제법 두꺼운 제방이 쌓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대피장소인 이상, 이곳에마저 물이 들어찰 경우에는 돌이킬 방법이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그러나 설마 서울시내의 아파트에 문제가 생길까 의아해 하며 가급적 움직임을 자제하려는 눈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구태여 대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2층에 사는 주민들만이 마지못해 가벼운 차림으로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양평동 한신아파트의 1층은 복도식 건물의 경우에는 상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지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가의 상인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물에 젖기 쉬운 물건들을 적당히 높은 곳으로 옮기면서 나름대로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는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던 상인들 위주였습니다.



- 오늘은 조금 짧군요. 다음 포스트에 계속됩니다.

Posted by 그네고치기

2006/07/19 22:49 2006/07/1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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